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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교통체계의 탄력성과 설계 개념
탄력적 모빌리티 시스템 설계(Resilient Transport System Design)는 재난, 기후변화, 교통사고, 시스템 장애, 수요 급증 등의 비정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도시의 교통 기능이 붕괴되지 않고 빠르게 회복하거나 대체 경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전략적 교통계획이다. 기존의 교통 시스템이 ‘정상 작동’을 전제로 효율성만을 강조했다면, 탄력적 시스템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한 복원력(recovery capacity), 유연성(flexibility), 적응성(adaptability)에 기반을 두고 있다.
도시화와 기후위기, 교통수단의 다양화로 인해, 기존 교통 인프라에 대한 물리적 부담과 시스템 오류 가능성은 증가하고 있으며, 한 번의 사고나 자연재해가 전체 도로망 또는 철도망의 마비로 이어지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 교통 시스템의 탄력성은 단순한 비상 대응이 아니라, 일상 속의 전략적 설계 요소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에 따라 탄력적 교통시스템 설계는 평시 효율성과 위기 시 대응력을 동시에 갖춘 교통망 구조, 운영 전략, 기술 통합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2. 교통 시스템의 리스크 요인과 설계 목표
탄력적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통 시스템이 직면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첫째는 자연재해에 의한 위험이다. 집중호우, 폭설, 지진, 태풍, 산사태 등은 도로 및 철도 인프라를 물리적으로 붕괴시키거나, 교통 흐름을 장시간 정체시킬 수 있다. 둘째는 기술적 장애 및 시스템 오류이다. 신호체계의 오류, 전기·통신망 단절, 자율주행차의 알고리즘 문제, 모빌리티 플랫폼 서버 다운 등은 디지털 기반의 교통망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는 사회적 리스크이다. 대규모 행사, 시위, 테러, 감염병 발생 등은 교통 수요의 급격한 변화 또는 특정 지역의 교통 불능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시민 이동권과 도시 기능 전체에 영향을 준다. 넷째는 운영 리스크이다. 운전자 부족, 차량 고장, 연료 공급 중단, 노동쟁의 등으로 인해 교통수단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 요인을 고려할 때, 탄력적 교통 시스템 설계의 궁극적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위기 상황 발생 시 전체 시스템의 붕괴를 방지하고 기능을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 둘째, 정체나 기능 저하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복구 경로 또는 대체수단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 셋째, 다양한 수단과 정보, 네트워크가 서로 보완적으로 작동하는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다.
3. 설계 전략과 요소 기술
탄력적인 모빌리티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은 구조적 요소와 운영적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구조적 설계는 교통망 자체의 회복성과 유연성을 고려한 물리적 네트워크 재배치 전략이며, 운영적 설계는 정보 시스템, 정책 도구, 수단 간 연계 전략 등을 의미한다.
첫째, 다중 경로 확보 전략(Multi-Path Network Design)이 필수적이다. 단일 노선, 단일 수단 의존도가 높은 교통 구조는 사고나 장애 시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킬 위험이 크다. 따라서 주요 OD 간 경로를 다양화하고, 평상시에도 일부 대체 경로에 분산 수요를 유지함으로써 비상 시 전환이 가능한 여유 네트워크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적 네트워크 설계 외에도 시공간 동적 경로 재구성(Dynamic Path Reallocation) 기술이 활용된다.
둘째는 모빌리티 다중성(Mobility Redundancy) 기반 설계다. 자가용, 버스, 지하철, 택시, PM, 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동시에 존재하고, 수단 간 환승이 용이하도록 계획된 구조는 특정 수단이 마비되었을 때 대체 수단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스노선 일부가 중단되었을 경우 인근 공유PM 허브나 도시철도역까지 도보·자전거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는 실시간 정보 기반 탄력 운영 체계다. 도로교통 센서, 차량 위치정보, 사용자 수요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실시간 상황 파악 및 대응 체계는 교통 탄력성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사고나 정체 발생 시, 사용자에게 우회경로, 대체수단, 소요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자율적으로 경로를 조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이 실시간 수요 재배치(Demand-responsive Operation)를 자동 수행하는 시스템이 구현되고 있다.
넷째는 기후변화 대응형 인프라 설계다. 도로의 배수 구조 개선, 침수 대응형 지하차도, 미끄럼 방지 포장, 스마트 가로등 등의 인프라는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여기에 IoT 기반의 상태 감지 센서를 설치해 위험 발생 전에 예측 대응을 가능하게 하면 교통시스템 전체의 회복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4. 국내외 적용 사례와 효과 분석
탄력적 교통 시스템 설계는 재난 대응뿐만 아니라, 일상 속의 안정성 제고 측면에서도 많은 도시에서 실용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재난 대비 교통체계에 있어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도쿄 도심권에서는 비상시 자전거 및 도보 중심 이동 동선 확보, 내진 설계된 철도 노선 재배치, 도로망 간 다중 연계 구조 설계를 통해 재난 상황에서도 도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탄력적 재설계를 진행하였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이 기후위기 대응 교통모델을 도입하였다. 이 도시는 침수 위험이 높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도심 저지대 주요 도로를 홍수 회피 설계(Flood Avoidance Routing)로 재편하고, 자율주행 셔틀, 전기버스, 보행자 경로를 고지대로 분산 설계하였다. 그 결과 비 예보 시점부터 이동 경로가 자동으로 우회 경로로 설정되며, 대중교통 운행 경로도 실시간 조정된다.
국내에서는 세종시가 도시 운영 시스템 전체에 디지털 기반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고, 비상 시 시민이 대체 교통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동킥보드, 셔틀, 자율주행 차량 간 정보 연계 체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주요 교차로에 IoT 기반 재난 감지 시스템과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을 연계하여, 사고 발생 시 구간별 통행을 빠르게 재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였다.
5. 향후 과제와 설계 패러다임의 전환
탄력적 모빌리티 시스템 설계는 아직 국내 도시계획과 교통정책에서 일반화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정책화·제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다음과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는 정량적 회복성 평가 지표 부족이다. 대부분의 교통 시스템 평가는 통행시간, 혼잡도, 속도 등 효율성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탄력성이나 회복성 자체를 수치화하여 도시 간 비교하거나 시나리오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미비하다.
둘째는 전 부문 연계 계획의 미흡이다. 탄력적 교통 설계는 교통국만이 아니라 기후대응부서, 도시계획부서, 응급의료체계, 환경시설과 연계되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한 도시 통합 위기 대응 시뮬레이션과 계획 수립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이다. 셋째는 시민 참여 기반 설계의 필요성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행정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으며, 시민이 스스로 대체수단과 경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므로, 정보 제공 체계와 사용자 친화적 플랫폼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디지털 전환 기반의 설계 기술 도입이다. 교통 시스템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실시간 데이터,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 시뮬레이션 기반 대응 전략이 포함된 스마트 교통관리 체계(ITS 2.0)라 할 수 있다. 향후에는 이러한 기술과 정책, 시민의 움직임이 연결된 교통 시스템이 표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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