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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3.

    by. 온 세 상

    목차

      1. 복합용도 도시계획과 교통의 통합적 재설계

      복합용도 교통계획(Mixed-Use Urban Mobility Planning)은 주거, 상업, 업무, 문화 등 다양한 도시 기능이 복합된 공간 구조를 전제로, 도시 내 통행 행태와 교통수단 배치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교통계획 방식이다. 이는 전통적인 기능 분리형 도시계획이 야기한 교통 수요 집중, 장거리 통근, 차량 의존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며, 도시의 공간 구조와 교통 네트워크 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조율함으로써 짧은 거리, 다양한 선택, 다중 교통수단이 공존하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복합용도 도시란 말 그대로 하나의 지역 또는 블록 내에 주거, 상업, 업무, 공공시설 등이 혼합되어 존재하는 형태로, 사람들의 이동 동기가 다양해지고 통행 거리와 목적지가 다변화되는 특성을 가진다. 이에 따라 교통계획 역시 단순한 출퇴근 중심 수요가 아닌, 생활형·문화형·레저형 통행을 모두 고려한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며, 대중교통, 보행, 자전거, 퍼스널 모빌리티(PM), 공유 모빌리티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설계가 요구된다. 즉, 복합용도 교통계획은 도시공간을 ‘기능’이 아닌 ‘이동의 흐름’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2. 복합용도 지역의 교통 특성과 분석 관점

      복합용도 지역은 일반적인 주거지 또는 업무지구와는 매우 다른 교통 특성을 보인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통행 목적의 다양성과 시간대 분산 현상이다. 예를 들어 상업과 주거가 혼합된 지역은 오전 시간에는 출근, 낮에는 쇼핑·업무, 저녁에는 외식과 문화 활동 등으로 통행 목적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피크 중심의 교통 설계가 적합하지 않으며, 시간대별 수단 분담률, 혼합 통행 패턴, 통행거리 분포 등 세분화된 수요 분석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는 단거리 통행과 다중수단 이용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복합용도 지역에서는 목적지 간 물리적 거리가 짧기 때문에 보행, 자전거, 전동킥보드, 셔틀버스 등 다양한 단거리 교통수단이 혼용된다. 이에 따라 차량 중심 교통계획보다는 도보 동선, 보행환경, PM 인프라, 라스트마일 접근성 등을 중심으로 한 미시 교통계획이 중요해진다. 또한 통행자의 이동경로가 일방향이 아닌 순환형 또는 반복형인 경우도 많아, 정체 관리보다는 흐름 유지(flow management)에 초점을 맞춘 설계가 요구된다.

      세 번째 특성은 주차수요의 불균형성과 공유 모빌리티의 높은 활용도이다. 업무·상업·문화시설이 혼재된 지역은 시간대별 주차 수요가 급변하며, 동일 공간에서 다양한 목적의 차량 이용이 발생한다. 이는 고정형 주차장보다는 시간대별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한 유연한 주차 정책 및 공유차량 배치 전략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3. 교통계획 기법과 네트워크 설계 전략

      복합용도 지역에 적합한 교통계획은 단순한 도로망 설계나 교통량 예측을 넘어서, 공간 이용과 통행 행태 간의 상호작용을 수리적·정책적으로 조율하는 설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기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목적 통행모델(Multi-purpose Trip Modeling)의 도입이다. 기존 통행 모델이 출발지-도착지 기반의 단순 경로 분석이었다면, 복합용도 계획에서는 하나의 통행 내에서 여러 목적지를 경유하는 연쇄형 통행(Tour-based Trip)이나 정황 기반 통행(Contextual Mobility)을 모델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실제 생활 동선에 가까운 예측이 가능하다.

      둘째, 다양한 수단의 통합 수요분석이다. 이는 대중교통, 도보, 자전거, PM, 공유차량, 셔틀, 택시 등이 동시에 존재하는 환경에서 각 수단의 선택 확률과 상호 전환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모델이다. 예를 들어 PM에서 대중교통으로의 환승, 자전거에서 보행으로의 전환이 높은 지역에서는 이들 수단 간 접점에 모빌리티 허브(Mobility Hub)를 배치하고, 동선과 환승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설계할 수 있다.

      셋째는 보행 중심 네트워크 설계와 교통 완화 전략(Traffic Calming)의 결합이다. 복합용도 지역은 많은 보행자와 다양한 속도의 교통수단이 혼재하므로, 차량 속도 제한, 도로 단차 조정, 횡단보도 우선화, PM 안전차로 구축 등의 방식으로 저속·다양성·안전 중심의 네트워크가 되어야 한다.

      넷째는 가변 수요 기반의 유연한 공급 설계다. 이는 시간대별, 요일별, 계절별로 수요가 달라지는 특성을 반영하여, 탄력적 버스 노선, 온디맨드 모빌리티, 공유차량 재배치 등을 포함하는 계획이다. 복합용도 지역에서는 단일 수단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수단이 유기적으로 전환·공존할 수 있는 유연한 운영체계가 핵심이다.

      4. 국내외 사례와 실증 효과

      복합용도 교통계획은 이미 많은 도시에서 적용되어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본 도쿄의 시부야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주거, 상업, 문화 기능이 밀집한 고밀도 복합지역으로, 보행자 중심의 거리 설계와 다양한 모빌리티가 공존하는 입체적 교통계획이 시행되었다. 특히 대중교통역에서 상업시설까지의 보행 동선이 완전히 연계되어 있고, 각 거리에는 자전거와 PM을 위한 별도의 라인과 충전설비가 마련되어 있다. 이 결과 보행자 만족도가 높고, 도심 혼잡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교통사고율도 도심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유럽의 함부르크,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 등은 복합용도 도시계획을 기반으로 한 20분 도시(20-minute City) 또는 도보 도시(Walkable City)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통근, 교육, 쇼핑, 문화생활 등 모든 주요 활동이 도보 또는 자전거로 20분 내에 가능한 지역 구조를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한 교통계획은 기존 도로 중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모빌리티 다양성과 동선 일체성을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판교, 위례, 광교 등 신도시 개발지구를 중심으로 복합용도 기반 교통계획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판교 제2테크노밸리의 경우, 업무, 주거, 상업이 밀집한 구조 속에서 PM 주행로, 도보 중심 거리, 공유차량 전용구역이 함께 설계되었으며, 현재 교통 혼잡도가 유사 규모 도시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 과제와 향후 교통계획 방향

      복합용도 교통계획은 도시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계획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첫째는 토지이용계획과의 통합 문제다. 복합용도 지역이 자의적으로 형성되거나 공간적 불균형이 클 경우, 교통계획만으로는 수요 집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초기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교통계획이 병행되어야 하며, 통행 시나리오 기반의 사전 분석이 필수적이다.

      둘째는 데이터 부족과 모델 정교화의 필요성이다. 연쇄형 통행, 다중수단 이용, 통행자의 목적별 이동 패턴 등은 기존의 OD 매트릭스나 수요예측 모델로는 포착이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 GPS 데이터, T-MAP 내비게이션 로그, 마이크로모빌리티 플랫폼 데이터 등 신형 데이터 기반의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셋째는 교통시설 설계 표준의 개선이다. 복합용도 지역은 다양한 교통수단이 물리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구조이므로, 자전거-보행자 분리설계, PM 전용차로, 복합환승 공간 등의 물리적 설계 기준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는 보행자 중심 설계가 정착 단계에 있으며, PM과의 통합 설계는 제도화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시민 인식과 참여 기반 설계 전략이 요구된다. 다양한 교통수단이 공존하고 시간대별로 이용 방식이 달라지는 지역에서는, 시민의 이용 행태와 선호도가 교통계획의 성공에 직결된다. 따라서 시민 의견 수렴, 통행 행태 조사, 참여형 교통 실험 등 시민 중심의 계획 수립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복합용도 교통계획 (Mixed-Use Urban Mobility Planning)